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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수다/건강한 물 이야기

디아크의 그리팅맨, 세상을 연결하다 -작가 유영호

 

 

 

디아크의 그리팅맨, 세상을 연결하다 -작가 유영호

 

강 문화관 디아크(The ARC)에 설치한 500백 개의 인사하는 사람, 그리팅맨 본 적 있으신가요? 그들은 인간과 자연에 끊임없이 인사하고 경외감을 표시하는데요. 그리팅맨은 유영호 작가의 설치미술이기 전에 그가 사유하고 통찰하는 방식입니다. 인사라는 아주 단순한 내용과 제스처로 세계를 연결하고 인간을 끌어 모으며 자연을 돌아보게 하는 유영호 작가를 만나보았습니다. 만남은 인사로 시작됐고, 연결됐어요.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지구 반대편에 선 두 나라는 어떤 공통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종, 언어, 문화, 하물며 밤낮이 찾아오는 시간도 다르죠. 그러나 유일하게 닮은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인사하는 커다란 조각상입니다. 양팔을 옆구리에 붙이고 허리 숙여 정중하게 인사하는 사람은 지구 축을 중심으로 데칼코마니처럼 겹치는데, 그 나뉨과 겹침이 신기합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자신에게 하는 인사처럼 보일 수도, 지구 대척점 안의 모든 것에 건네는 인사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강원도 양구와 우루과이 몬테비데오는 인사하는 사람, 그리팅맨으로 그렇게 연결되었습니다. 이는 작가 유영호의 작업 결과입니다.

 

인사는 모든 관계의 시작입니다. 또 인사는 만남과 존중, 경의와 경외, 화해와 평화를 상징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인사에서 자연과 지구 그리고 우주에 보내는 것까지 인사는 모든 것을 초월합니다. 지구 반대편, 가장 먼 곳에서부터 평화와 사랑, 화해, 만남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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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명의 그리팅맨이 전시된 디아크]

 

 

▮ 사람과 자연에 보내는 인사, 경외감, 존중

 

양구와 몬테비데오의 6m가 넘는 그리팅맨도 특별하지만 바로 앞에서 눈 맞추며 인사하는 그링팅맨은 더욱 특별한데요. 그것도 한꺼번에 500명의 그리팅맨과 만난다면 500배의 특별함이 더해질 수 있겠죠. 대구 강정보의 랜드마크, 강 문화관 디아크의 내부 중앙에는 500개의 그리팅맨이 서 있습니다. 디아크의 콘셉트 컬러인 파란색은 500개의 그리팅맨에서 최정점을 이루지요. 물이 흐르는 듯 투명한 질감의 바닥과 공간을 에워싼 파란색 그리팅맨은 극대화된 대비로 강렬하고 모던한 인상을 남깁니다.

 

 

“디아크 전시는 의미가 깊죠. 늘 그 자리에 서 있으면서 변함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를 나누는 그리팅맨은 작가의 예술혼과 철학이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유영호 작가는 디아크와 그리팅맨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며 수용할 수 있다고 피력합니다. 디아크가 사람과 자연을 조합하고 서로를 연결해주는 동기가 된다면, 그리팅맨은 사람과 자연에 보내는 인사·경외감·존중이 함축된 의미가 됩니다. 그 단순하고 간결한 깊이가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들의 자세를 이끌기도 하지요. 이러한 이끌림과 웅변은 작가가 사람들을 만나는 꼭짓점인 것입니다. 여기에 비판과 비평은 공허할 뿐이며,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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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반대편 우루과이에서 '한국 인사'를 하다

 

유영호 작가는 독일 유학 당시 이 인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고개를 까닥이며 스치듯 악수하는 서양식 인사가 아니라, 자세를 바로잡고 머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동양식 인사를 그들에게 선보였다고 합니다. 작가가 직접 등장하는 영상에는 마치 108배를 하는 듯한 인사가 무한 반복됩니다. 그들 눈에 인사 프로젝트는 충분히 신기하고 놀랍고 아름다웠습니다. 작가는 그들의 반응을 보며 인사하는 방식과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인사 프로젝트는 작가의 정신이 된 것이죠.

 

귀국 후 지인이 갤러리 건축과 조각 작품을 의뢰했는데, 그때 처음 그리팅맨을 선보였어요.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작가의 촉수에 걸려들었습니다. 그링팅맨 앞에 선 이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때 작품과 인간이 편안하고 자연스레 소통하고 있음을 깨달았어요. 단순한 조각이 아니었던 거죠. 무생물이지만 살아 있는 존재 같은 의미가 될 수 있구나 싶었고, 그게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그리팅맨 프로젝트에 돌입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첫 시도는 지구 맞은편에 있는 우루과이에 대형 그리팅맨을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작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소형 그리팅맨 1000여 개를 제작하고 전시·판매했습니다. 그리고 수요자의 사인을 전부 받았지요. 그리팅맨 프로젝트는 작가 혼자만의 역량이 아닌, 그들과 함께 일구고 공유한 작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000개의 사인은 그리팅맨과 함께 2012년 우루과이로 이동했어요. 그리팅맨을 세운 후 우루과이 국민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 그 인기에 힘입어 작품 주변에 무궁화를 심었고 지금은 경비 인력이 24시간 상주한다고 합니다. 또 그들에게 한국식 인사를 전파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등 문화 전도사 역할도 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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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화두, 인사와 반성 

 

두 남자가 마주 보고 서 있습니다. 거울에 비친 듯 똑같은 모습. 반대편에 서 있는 모습은 곧 나를 그대로 반영한 것인데, 유영호 작가는 이를 ‘반성’이라고 불렀어요. 바닥에 그은 선 하나로 남자와 화려한 빛깔의 추상 조각들이 대칭되어 있습니다. 두 세계가 마치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형상이지요. ‘인사하는 사람’과 더불어 ‛반성’은 유영호 작가의 또 다른 사유 방식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5월까지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유영호-반성展>을 연다고 하는데요. 조각 속에 작가의 반성과 더 나아가 현대의 미술사관이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평의 의미도 담았습니다. 작가는 초창기에 복잡하고 심오하며 철학적 작품을 많이 구상하고 선보였지만 그의 작품은 갈수록 간결하고 단순해집니다. 그 계기이자 전환점이 바로 ‘인사하는 사람’이고 ‘반성’인 것입니다. 그의 작품은 대중에게는 큰 인기를 얻었지만, 미술사에서는 담론의 여지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그는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인사와 반성을 선보인 작가다운 담백함과 솔직함은 역시 진짜배기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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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사람을 연결하는 지구적 커뮤니케이션

 

그리팅맨 2호는 2013년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이던 강원도 양구 해안 마을에 설치됐습니다. 양구는 유영호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데요. 그리팅맨은 설치 장소에 따라 ‘안녕하세요’,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등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이곳 양구에서는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가 강하다고 작가는 밝힌 바 있어요.

 

그러나 원래 계획한 장소인 비무장지대에 들어가지 못하고 4km 떨어진 곳에 설치되어 작가는 미완의 프로젝트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언젠가는 완결할 것입니다. 또한 올해는 베트남에 그리팅맨 3호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해요. 그리팅맨은 팔레스타인·베를린·갈라파고스·아프리카 희망봉 등에서 종교와 문화, 인종, 정치적 차이를 극복하고 교감하는 평화 메신저가 되지 않을까요?

 

“나에게 미술은 세상을 발견하고 새롭게 바라보며 관계를 맺는 일입니다. 따라서 작업 과정에서 결과까지, 작품을 설치한 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유·무형의 관계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내가 만든 작품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출처 : K-water 웹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