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아버지다
가슴까지 뚫리는 남해의 절경 앞에 선 네 남자.
그들과 나의 눈에 흐르는 뜨거운 바다는 아버지였다.
글 김일아 / 사진 제공 SBS Thank you
나이 든 사내의 눈물을 보는 건 매번 낯설다. TV 속 오랜만에 얼굴을 비친 전설의 국민 만화가 이현세. 강하다고만 생각했던 그의 부리부리한 눈시울이 이내 붉어진다. 환갑을 훌쩍 넘긴 사내의 두 눈을 적신 건 아버지란 세 글자. 하나뿐인 아들을 잃게 된 큰형님에게 자기 아들을 맏아들로 양자 보낸 이현세의 아버지. 연좌제와 색약, 성장 과정의 비밀 …. 핸디캡 투성이인 주인공들이 성공 신화를 이뤄낸 전설의 외인구단은 그의 아픈 삶에서 나온 저력이었다. 마주 앉은 또 한 사내의 마음에도 그 순간 아버지가 흐른다. 드라마틱한 예순하나의 삶을 살아오며 80 만 번 이상의 셔터를 누른 대한민국 최고의 사진작가 김중만. 그의 아버지는 한국인 의사로는 처음 아프리카에 건너가 의료봉사로 삶을 살다 돌아가신 故 김정 박사. 아버지가 그에게 남긴 건 통잔 잔고 2 00 만원의 유산뿐 아니라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무한대의 가슴이었다.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뒤에야 아버지를 알게 된 마흔여덟의 차인표와 평생 묵묵히 일하시던우직한 뒷모습으로 아버지를 간직한 마흔의 박찬호.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대표한 40 대와 60 대 아버지들이 기억하는 그들의 아버지 이야기는 나를 침묵하게 했다. 가슴속 이야기를 꺼내놓은 네 남자에게 위로와 치유를 준 찬란한 남해의 금빛 바다는 너그러운 아버지의 품이었다. 이 순간 당신 마음속에 흐르는 아버지는 누구인가. 가깝지만 먼 그를 이해하려거든 물 앞에 서보라. 나를 후회하게 하고 나를 감사하게 하는 한 단어. 아버지이기 때문에 당신의 꿈을 버리고 아버지란 이름 때문에 줄기차게 외로움을 견뎌야 했던,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아버지의 세월이 물과 함께 묵묵히 흐를 것이다.
K-water 뉴스레터 4월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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