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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수다/건강한 물 이야기

길과 강, 그리고 삶은 하나다 -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

 

 

길과 강, 그리고 삶은 하나다 -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는 ‘길의 시인’이자 ‘강과 길의 철학자’입니다. 두 발로 우리 국토 방방곡곡을 다닌 그는 그 감동의 흔적을 수십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일으켜 길을 나서게 만들지요. 길은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그는, 자기 자신과 마주치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섭니다.

 

“길을 걷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강을 끼고 돌아 돌아 걷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요? 길을 걸으면 건강해지나요?

몸과 마음이 치유될까요? 혼자서 그 끝없는 길을 걸으면서 외롭진 않았나요? 길이 당신에게 일용할 양식을 줬나요?

뜻 맞는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걸으면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책에서 구한 지식이 길을 걸으면 확장될까요?

길을 걸은 후 그 정신을 오롯이 책에 담아냈나요? 우리는 왜 우리 땅, 우리강, 우리 길을 걸어야 하는 걸까요?”

 

숱한 물음이 그에게 가 꽂힙니다. 그는 일일이 답할 필요가 없다 합니다. 한마디면 족하다는 그의 말.

“지금 당장 길 위에 서고, 걷고 또 걸으면 알 것을….”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의 화두가 이번에는 우리에게 와 꽂힙니다.

 

 

국토대장정, 도보답사, 신정일 대표

 

 

▮ 산촌을 유람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

 

신정일 대표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걷기 시작한 게 아니라고 해요. 지독한 가난 탓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는 대신 스스로 책을 구해 읽고 또 읽었습니다. 열여섯 살에 어렵게 구한 니체, 카프카, 도스토옙스키의 책에서 그는 공통적으로 길의 정신과 만났어요. 특히 니체는 그에게 걷는 것이 무엇인지를 열망케 한 자양분이었다고 합니다.

 

“니체는 길을 알았기에 더 위대합니다. 그의 책 어떤 것을 읽어도 길에 대한 사유가 나옵니다. 그리고 우리의 매월당 김시습, 연암 박지원, 김삿갓 등도 길을 알고 헤쳐나간 위대한 선 각자입니다.” 학교에 못 가고 할머니와 밭에서 놀던 어린 신정일은 성인이 된 후에 자신이 놀던 곳이 섬진강 변이었음을 알고 문득 그 길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길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신정일 대표의 길 위의 인생이 시작되었죠.

 

길에 내디딘 한 걸음은 천리 길의 시작이었고 완성점이었습니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걸을수 있을 만큼만 존재한다”고 했고요.

부처님도 말했습니다. “길 끝에는 자유가 있다. 그때까지는 참으라.”

 

“산촌을 유람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고 선조들은 말했습니다. 선조들의 산수관(山水觀)과 생활 방식이 저한테 오롯이 이어졌다고 봐야죠. 그리고 동서양 고전을 읽으면서 우리 땅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생겼습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걷기입니다.”

 

 

신정일, 신정일 대표

 

 

▮ 구석구석 두 발로 걸어 쓰는 문화유산 답사기

 

그는 자신만이 아는 걷기에서 그치지 않았는데요. 1985년부터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으며, 금강부터 압록강까지 한국의 10대 강을 따라 걸었고, 조선 시대 옛길인 영남대로·삼남대로·관동대로를 도보로 답사했습니다. 400여 개의 산을 올랐으며 부산 오륙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었습니다. 수십 년간의 답사 경험을 토대로 소백산 자락길, 변산 마실길, 동해 바닷가를 걸어 러시아를 거쳐 아프리카 케이프타운까지 걸을 수 있는 세계 최장 거리 도보 답사 코스인 ‘해파랑길’을 국가에 제안하기도 했어요. 또한 숨은 옛길 복원, 풍류 마을 조성같은 사업도 추진했습니다.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북한의 압록강, 두만강, 대동강, 청천강, 예성강을 따라 걷고 싶고 의주로(서울-신의주)를 따라 만주를 거쳐 연암 박지원이 갔던 열하까지 걷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그는 그저 옛길을 찾고, 끊긴 길을 잇고, 그 길을 많은 사람이 걷도록 하고 싶은 것이지요. 우리 산, 우리 강, 우리 땅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걷기를 멈출 수 없었고, 전국 방방곡곡을 답사하며 알게 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책에서 읽은 것을 직접 보고 체험하기 위해 답사했고, 답사하면서 알게 된 것을 다시 책에 옮겼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얻은 사유를 <새로 쓰는 택리지>, <섬진강 따라 걷기>, <영산강>, <낙동강>, <느리게 걷는사람> 등 60여 권의 책에 펼쳐낸 것입니다.

 

 

택리지, 신정일, 섬진강 따라걷기

 


▮ 천천히 걸으면 우리 국토가 보인다

 

신정일 대표는 일주일에 사나흘은 걷기 위해 길을 떠난다고 하는데요. 나머지 시간은 길에서 얻은 사유를 바탕으로 칼럼과 책, 시를쓰는 데 보낸다고 합니다. 1만3000여 권의 책이 들어찬 서고, 등산화로 빼곡한 신발장이 그의 이러한 여정을 잘 말해주지요.

 

걷는 순간 사고가 시작되고, 사고가 시작되면서 사물을 만나게 되고, 그러면서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는 내가 나 자신을 만나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성찰할 수 있기 때문에 걷기가 중요하지요. 걷기는 세상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나의 내면과 만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그는 천천히 걷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천천히 걸어야 우리 국토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그 땅에 살던 사람의 체취나 흔적을 통해야만 역사와 문화가 비로소 내 것이 되는 체화의 경험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몇 날 며칠을 혼자서 낙동강을 걸었을 때 그는 너무 힘들고 지쳐 땅에 주저앉고 말았어요. 더 가야 하나 고민할 때 저 멀리 모퉁이를 돌면 어떤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까 하는 호기심에 간신히 추스르고 계속 걸었고, 길은 그를 배반하지 않았지요. 그렇게 길은 신정일 대표에게 희망이요 채찍이었던 것입니다.

 

 

신정일, 도보답사, 신정일대표

 

 

“길 위에 모든 것이 있습니다.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고 인생이있습니다. 이 사실을 저만 알고 있지는 않지요? 그렇다면 몸을 일으켜 길을 나서는 겁니다. 햇살도 이리 따스하고 하물며 꽃들도 지천으로 피어 독려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길을 떠나는 것입니다. 용기, 고독, 충만, 슬픔, 치유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럼 우리 길 위에서 뵙지요.”

 

 

* 출처 : K-water 웹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