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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수다/건강한 물 이야기

화장기 없이 곱게 늙은 절, 낙조가 빚은 황금빛 바다


김민호·문초란 대리와 함께 떠난 서산 여행

화장기 없이 곱게 늙은 절, 낙조가 빚은 황금빛 바다


땅도 소박하고, 사람도 꾸밈없고, 산도 억세지 않고, 삶도 느릿느릿한 곳.

이 계절, 서산은 봄의 여유로움을 즐기기에 그만인 여행지다 .
검버섯 핀 늙은 절에서 마음을 열고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보며 겸손함을 배운다.
K-water 서산수도서비스센터 김민호·문초란 대리와 함께 떠나는 서산 봄 여행.
여행 가이드 김민호·문초란 대리(서산수도서비스센터) | 에디터 이정은 | 포토그래퍼 문덕관


1. 간월도에 있는 간월암.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2. 해미읍성은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성으로, 병인박해 때 많은 천주교 신자가 처형을 당한 아픔이
    서린 곳이다.

3. 소박하고 아름다운 개심사. 조선 성종 때 고쳐 지었고, 당시 모습이 거의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다.
4. 개심사는 언제 찾아도 일상에 찌든 마음을 열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다.


월 발간하는 정기간행물은 본래 3월호 만들기가 가장 어렵다.
촬영 시기는 아직 겨울이 한창인 1~2월인데, 세상은 온통 파릇파릇한 봄인 양 그럴싸하게 꾸며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내 촬영은 소품을 이용할 수 있으니 그나마 낫다.
하지만 여행 기사는 하늘의 뜻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제발 눈이 오지 않기를….’

K-water 3월호 休 여행지를 서산으로 정했다고 했을 때,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서산엔 눈이 많이 오잖아!’ 역시 불길한 예감은 비켜나지 않는 법.
촬영 전날까지 멀쩡하더니, 새벽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함박눈이!
새벽길을 달려 도착한 서산은 온통 하얀 눈 세상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네요. 어떻게 하죠? 서산마애삼존불이나 개심사는 산속에 있어서 눈이 더 많이 쌓
 였을 텐데.”

서산수도서비스센터 김민호·문초란 대리는 여행 지도를 보며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명승지를 소개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
독자들도 이해하리라 생각하며 첫 여행지인 서산마애삼존불로 향했다.


곱게 늙은 절에서 마음을 열다

운산면 가야산 초입 층암절벽에 조각되어 있는 마애삼존불은 백제 후기 작품으로 얼굴 가득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있어 ‘백제의 미소’로 불리기도 한다. 햇빛이 비추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에 날씨만 좋으면 한동안 머물면서 훈훈한 미소를 가슴에 담아도 좋다. 하지만 꽁꽁 언 날씨 탓에 미소가 미소로 보이지 않았다. 서둘러 삼존불과 이별하고 개심사로 향했다.

“너무 예뻐요. 입구에 늘어선 소나무도 멋있고, 절도 고풍스럽고.”
“지금도 멋지지만 봄에 더 좋아. 왕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거든.”
지난해 11월에 입사해 회식하러 간월도에만 가봤다는 문초란 대리가 개심사에 오르며 감탄사를 연발하자 서산 토박이인 김민호 대리가 자세히 설명해준다.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때 혜감국사가 지었다고 전해지는데, 조선 성종때 고쳐 지었고, 당시의 모습이 거의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검버섯이 여기저기 피어 있는 화장기 하나 없는 이 절집은 어느 때 찾아가도 개심(開心)이란 한자어 그대로 일상에 찌든 마음을 열고 돌아올 수 있는 ‘곱게 늙은 절’이다.

천주교 신자라면 해미읍성도 들러봐야 한다. 해미읍성은 태종 때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성으로 평시에는 행정 중심지가 되고 비상시에는 방어 기지가 되었다. 해미읍성이 유명해진 것은 천주교 박해 때문. 1866년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 1000여 명을 처형한 곳으로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도 이곳에서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회화나무에 신자들의 머리채를 묶어 매달아서 고문을 했다는데, 그 흔적으로 지금도 철사 줄이 박혀 있다.

푸른 겨울 마늘밭 너머로 질펀하게 누워 있는 개펄

“굴을 따랴 전복을 따랴 서산 갯마을. 처녀들 부푼 가슴 꿈도 많은데
요놈의 풍랑은 왜 이다지 사나운
 고 사공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구나~.”

50~60대 연배라면 귀에 익숙할 ‘서산 갯마을’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노래처럼 서산은 개펄로 유명하다.

푸른 겨울 마늘밭 너머로 질펀하게 누워 있는 개펄에는 굴, 새조개, 바지락, 가리비, 맛조개, 밀조개, 동죽 들이 차지고 달게 살을 찌우고 있다. 그중 이 시기에 가장 맛있는 것은 굴과 새조개다.
“새조개는 주로 샤부샤부를 해 먹는데, 양식을 할 수 없는 탓에 너무 비싸 저희도 자주 못 먹어요.
 서산에는 해산물 별미가 많아요. 5~6월이 되면 밀국낙지라는 것을 먹습니다. 칼국수에 새끼 낙지,
 박속을 넣고 끓인
것인데, 낙지가 작고 연해 한입에 쏙쏙 들어가죠. 박속 덕에 국물도 시원하고요.”


김민호 대리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면 새조개 대신 굴을 맛보라고 권한다. 서산 굴은 씨알이 작다. 성장 속도가 느린 탓이다. 하지만 맛이 달고 향이 진하다. 더구나 굴 둘레에 돋은 잔털 같은 게 7~8겹이나 된다. 그만큼 고춧가루 등의 양념이 골고루 잘 밴다.서산 어리굴젓이 맛있는 이유다.
서산에서도 특히 간월암의 어리굴젓이 유명한데, 간월암에서 수행하던 무학대사가 이성계에게 어리굴젓을 보낸 이후로 진상품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양념 조선간장으로 비벼 먹는 굴밥도 일품이다. 간월도 입구에 굴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있다.
굴과 함께 밤·대추·호두·잣·은행 등 견과류를 곁들여 돌솥에 밥을 지어내는 ‘영양돌솥밥’이다. 다양한 해산물로 만든 밑반찬, 구수한 청국장이 따라 나온다.
서산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는 간월도의 간월암.
바닷가에 있는 섬,
그 섬 안에 지은 절 간월암은 낙조가 아름답기 때문에 다른 곳을 다 구경한 후 마지막으로 둘러보는 것이 좋다. 무학대사가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곳은 밀물 때는 바닷물에 떠 있고, 썰물 때는 육지와 연결된다. 밀물과 썰물은 6시간마다 바뀐다. 보통 오후 1∼4시엔 걸어서 갈 수 있고, 바닷물이 찼을 땐 널빤지 배로 건널 수 있다.

독자들이 이 책을 볼 때쯤이면 서산 앞바다 개펄에 봄빛이 완연할 것이다. 땅도 소박하고, 사람도 꾸밈없고, 산세도 억세지 않고, 삶도 느릿느릿한 서산.
이 계절, 봄의 여유로움을 즐기기에 그만인 곳이다.



김민호·문초란 대리는요
김민호 대리는 서산시청에 근무하다 2006년 청운의 뜻을 품고 K-water로 옮겼답니다. 문초란 대리는 지난해 11월에 입사한 새내기 사우예요. 3월호 休 여행 덕분에 처음으로 서산 여행을 했다는군요. 눈이 내려 봄 여행이라는 콘셉트가 무색하긴 했지만 두 분 덕분에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 본 컨텐츠는 한국수자원공사 사보(물, 자연 그리고 사람)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