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 여행, 천년의 숨결을 느끼다
수학여행지로만 여겨온 경주가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여행 코스가 되면서 내국인에게도 새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인데요. 지붕 없는 박물관인 시내권은 물론, 불교 문화재 가득한 남산, 벚꽃이 만개한 보문관광단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양동마을 등 볼수록 매력적인 경주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경주로 향하는 길은 촉촉이 봄비가 내렸습니다. 사실 비는 여행길에 달가운 길동무는 아니죠. 그래서 며칠 전부터 반나절 단위로 일기예보를 체크해 비 온 다음 날로 일정을 잡았는데도 당일 새벽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비구름이 늑장을 부린 모양입니다. “이런, 우중 여행(雨中 旅行)’이 되겠군.” 빗방울이 튕겨 나간다는 고어텍스 점퍼와 우산을 챙겨 경주로 향했습니다.
남쪽으로 갈수록 봄기운이 완연했는데요. 보리 싹과 마늘이 자라난 밭은 초록으로 싱그러웠고, 쟁기질해놓은 논은 비로 촉촉이 젖어들었습니다. 겨울부터 가뭄으로 메말랐던 땅이 요즘 내리는 비로 생기를 찾는 듯했고요. 특히 경북 지역은 지난가을부터 가뭄이 시작돼 온 땅이 갈라지고 푸석거렸는데, 이번 비로 어느 정도 해갈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비가 온다고 투덜거렸는데 농부에게나 자연에게나 너무나 고마운 단비였던 것이죠.
경주에 도착해 보문관광단지부터 들렀어요. 혹시 성급하게 핀 벚꽃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였습니다. 벚꽃 하면 진해나 쌍계사를 떠올리지만 경주 벚꽃도 만만치 않죠. 벚나무 3만2000여 그루가 보문관광단지, 흥무로, 대릉원, 반월성, 불국사, 암곡 등 곳곳을 분홍빛으로 화려하게 물들입니다. 특히 보문관광단지 내 보문 호숫길의 경우 전국 벚꽃길의 원조 격으로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니까요. 호숫길을 따라 펼쳐진 수많은 벚꽃과 수양버들이 호수와 닿을 듯 말 듯한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꽃을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섰던 것일까요? 앙상한 가지에 꽃눈만 맺혀 있었답니다.
▮ 온 산에 불교 문화재가 가득가득
아쉬운 마음을 접고 불국사로 향했습니다. 불국사에는 현재 석가탑에서 나온 부처님 진신 사리를 전시하고 있는데요. 1966년 석가탑의 사리 장엄구(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탑 안에 넣는 공양구)와 사리를 노린 도굴꾼들이 석가탑을 훼손해 당시 해체, 수리했을 때 사리와 함께 금동제 외합과 은제 내합,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중수 문서 등이 발견됐지요. 이 중 사리는 다시 석가탑 안에 봉안했다가 지난해 해체, 보수하면서 일반인에게 공개됐어요. 좁쌀만 한 사리 45과를 전시하는데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투명한 유리 알갱이 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수천 년 전 부처님의 몸에서 나왔기 때문일까요, 영험함이 느껴졌습니다. 부처님 진신 사리는 올 8·9월경까지 전시할 예정이라고 하니, 참고하세요. 석가탑의 부처님 사리를 일반에 공개한 것은 300년 만에 처음이라니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구경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통일신라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불국사]
부처님 세상으로 들어가는 다리인 청운교와 백운교, 신라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다보탑의 아름다움에 한동안 취했다가 신라인이 불국토(佛國土)를 꿈꾸며 무수한 석불과 석탑을 만들어놓은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절터 122곳, 석불 80체, 석탑 61기가 산재한 남산을 오르는 코스는 크게 ▲삼릉-상선암-금오봉-용장사지 ▲불곡-탑곡(옥룡암)-미륵곡(보리사) ▲통일전-칠불암-천룡사지 ▲포석정-부흥사-금오정 등 4개입니다. 이 가운데 계곡에 많은 석불을 감싸 안고 있는 삼릉 코스를 따라 올라갔어요.
삼릉은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능으로 전해져 오는데, 능보다는 소나무 숲으로 더 유명하지요. 삐뚤빼뚤 제멋대로 자란 노송들이 마치 왕을 지키는 늙은 호위 무사들 같았습니다. 신라인이 서라벌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조성하다보니 곧은 소나무는 죄다 베어내 목재로 썼고, 휘어진 소나무만 남아 자손을 퍼뜨려서 못생긴 소나무들의 숲이 됐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당 시대에는 못생기고 쓸모없어 외면 받은 소나무들은 지금 남산을 대표하는 명물이 됐고, ‘현대판 솔거’로 불리는 사진작가 배병우 씨를 매료시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답니다.
[신라의 양식을 간직한 다보탑/신라의 왕족계층의 무덤들이 있는 대릉원]
삼릉 소나무 숲을 벗어나 산길을 오르다 보면 머리 없는 석조여래좌상, 마애관음보살상, 선각육존불, 선각여래좌상, 마애석가여래좌상 등과 만나게 되는데요. 등산로에서 처음 마주치는 머리 없는 석조여래좌상은 원래 계곡에 묻혀 있다가 1964년에 발견되어 지금의 장소에 옮겨놓은 것입니다. 가사 끈과 아래옷을 동여맨 끈, 무릎 아래로 드리워진 두 줄 매듭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었어요. 뒤이어 하늘에서 하강하는 모습의 마애관음보살상과 널찍한 바위에 선으로 여섯 불상을 새긴 선각육존불, 순백 화강암으로 조성한 화려한 연화대석 위에 앉아 있는 석조여래좌상이 여행객을 반깁니다.
다소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남산에서 두 번째로 큰 불상인 마애석가여래좌상이 위용을 드러냅니다. 거대한 자연 암반 벽면에 6m 높이로 양각된 불상은 바둑바위를 지나서 상사바위에서 내려다보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데, 그 형태가 꼭 살아 있는 불상처럼 입체감 있습니다. 신라인은 무엇을 기원하며 이곳에 불상을 새기고 탑을 세웠을까요? 골짜기와 바위에 새기고 세운 수많은 불상과 탑은 세계 불교문화의 성지라 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답니다.
[남산의 명물 소나무/마애석가여래좌상/선각육존불]
▮ 양반의 기와집과 노비들의 초가집이 나란히
남산에서 내려와 시내에서 대릉원, 안압지 등을 차례로 답사한 후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양동마을로 향했습니다. 양동마을은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두 가문에 의해 형성된 유서 깊은 양반 마을이죠. 입구에 들어서면 초가집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높은 곳에는 손씨와 이씨의 거대한 한옥이, 낮은 곳에 외거노비들의 초가집이 양반 가옥을 에워싸듯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복원한 것입니다.
현재 양동마을에는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어요. 초가집에서 산다는 이막실 할머니는 지붕 이엉 얹기가 귀찮아서 기와지붕으로 개량하고 싶어도 경주시에서 허가를 안 내준다고 했습니다. 이막실 할머니처럼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의 문화유산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수 있지 않았을까요? 고마우면서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 양동마을을 끝으로 경주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보았지만 수학여행 때 본 경주와는 느낌이 또 달랐어요.
[양동마을 전경]
▮ 여기도 놓치지 말자!
대릉원지구라고도 부르는 대릉원에는 신라의 왕, 왕비, 귀족 등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무덤이 있습니다. 무덤 발굴 조사 당시 신라 시대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금관, 천마도, 유리잔, 각종 토기 등 신라 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 출토되었어요
.
경주에 가면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이 불국사와 석굴암이라면, 꼭 먹어봐야 할 것으로는 경주 황남빵과 찰보리빵을 꼽을 수 있죠? 70년 역사의 황남빵이 차진 식감과 부드러운 팥이 조화를 이뤄 달달한 맛이 난다면, 찰보리빵은 맛이 담백하며 촉감이 촉촉하고 말랑말랑해 꼭 아기의 살을 만지는 것 같습니다.
[대릉원 입구/경주 황남빵]
벚꽃이 만개하는 4월, 경주를 찾아봅시다.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둘러보아도 좋고, 남산에서 불교 문화를
답사해도 좋아요. 발품 팔기 귀찮다면 보문호 오리배에서 벚꽃비를 맞으며 유유자적 봄을 즐겨 봐도 좋을 겁니다.
* 자료 출처: K-water 웹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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