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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수다/건강한 물 이야기

봄 여행지 너로 정했다!_ 마음을 닮은 섬, 거제 지심도의 아련한 봄

 

 

봄 여행지 너로 정했다! 마음을 닮은 섬, 거제 지심도의 아련한 봄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 모양이 ‘마음 심(心)’ 자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은 지심도.
3월 중순이면 온 섬이 동백꽃으로 붉게 물드는! 봄 여행지로도 그만인! 땅의 마음으로 붉은 꽃을 피우고,
그 꽃이 사람의 마음을 봄으로 가득 채우는 지심도로 봄 마중을 한번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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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은 겨울 꽃입니다. 화려한 봄꽃이 피기 전, 동백은 남쪽 해안을 붉게 물들이며 홀로 봄빛을 자랑하지요.

요염하기도 하고 순박하기도 한 동백꽃. 샛노란 술에 빨간 꽃잎이 더없이 요염해 보이지만 무성한 진초록 잎새

사이에서 보일 듯 말 듯 피어 멀리서 보면 순박하기 그지없습니다.

 

전라남도 여수의 오동도와 장흥의 천관산, 해남 미황사 등이 동백꽃으로 유명한데, 몇 해 전부터 이곳들에 도전장을 내민

곳이 있으니 거제의 지심도(只心島)입니다. 하늘에서 보면 땅 모양이 마음 심(心) 자를 닮아 지심도라고 이름 붙인

지심도거제 장승포항에서 여객선으로 불과 20분이면 닿는 작은 섬으로, 섬을 돌아보는 데 2시간이면 족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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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섬 전체가 온통 동백나무로 우거져 있어 12월부터 4월까지 붉은 꽃 잔치가 벌어집니다. 더 좋은 것은

인공적이지 않다는 것. 400~800백 년은 족히 살았을 법한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그 후손들이 원시림을 이루고 있습니다.

동백나무만 아니라 후박나무, 팔손이나 무, 해송 등이 우람한 자태를 뽐내며 빼곡히 들어차 원시적 자연미가 느껴집니다.

 

2009년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1박 2일>에서 소개한 후 더욱 유명해져 동백꽃이 필 무렵이면 하루에도

수백명이 이 섬을 찾곤 하는데요. 주말이면 상춘객들로 온 섬이 울긋불긋, 동백꽃보다 더 화려하게 사람 꽃이 핀다고

합니다. 그러니 호젓하게 봄기운을 만끽하고 싶다면 평일에 찾는 것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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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서 비탈을 따라 올라가니 민박집 서너 채가 바다를 보고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현재 열네 가구가 거주하는데, 다 민박을 해. 나도 여 산 지 한 20년 돼가는데, 이맘때가 제일 이쁜 기라.

지금은 쪼매 이르고 한 3월 중순쯤 되믄 동백꽃이 지천으로 핀다. 아침에 일어나믄 길이 온통 뻘개. 동백꽃이

떨어져서. 여기 동백은 한 800년은 너끈히 됐을 거로.”

 

황토민박을 운영하는 김재곤 선장은 20년 전 우연히 지심도에 들렀다가 동백꽃에 반해 빈집을 샀다고 합니다.

젊을 때는 마도로스로 세계의 바다를 누볐고, 나이가 들어서는 거제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며 거제의 김 선장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몇 해 전부터 아예 지심도에 눌러앉았다고 해요. 낚싯배를 찾는 민박 손님이 많아졌기 때문.

민박은 아토피피부염으로 고생하던 사위에게 맡겼는데, 이곳에 살면서 아토피가 깨끗하게 나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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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도 가린 동백터널, 송이째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

 

민박집들을 지나 마끝으로 가보니 곰솔과 해식 절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킵니다.

봄빛이 완연한 바다에서 살랑 미풍이 불어오고, 가슴을 열고 깊이 들이 마시니 짭조름한 봄기운이 모세혈관까지

쫙 퍼집니다. 마끝에서 오솔길을 따라 지심도를 돌아보니, 지심도에는 의외로 길이 잘 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전체 면적이 0.356km2에 불과하고 해안선 길이를 합쳐도 3.7km밖에 안 되는,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섬이라 자동차가

다닐 만한 길은 없는데요. 대신 오토바이나 자전거, 두어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좁은 길이 섬 구석구석 이어집니다.

 

게다가 민가 주변만 시멘트 길이고 나머지는 푹신푹신한 흙길이랍니다. 길 양쪽으로는 동백나무가 늘어서 있으며,

군락을 이루는 동백 터널에서는 하늘도 잘 안 보입니다. 그야말로 윤기 자르르한 진초록 세상인 것이죠. 오솔길을 따라

가면 작은 폐교가 나오고,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설치한 포진지와 탄약고, 서치라이트 보관소 등 군사시설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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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에는 17세기 중반 무렵에 열다섯 가구가 처음으로 들어와 살다가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일본군 1개 중대가 주둔

하면서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키고 섬 전체를 요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광복과 함께 일본군이 철수하고 섬 전체가 국방부

소유지가 됐지요. 그 덕분에 무분별한 개발을 피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울창한 숲을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답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기 때문에 펜션이나 집을 새로 지을 수가 없어요. 있는 집을 개조하거나

단장하는 정도지요. 저희 집도 일본 군인들이 기거하던 집이라 지붕과 내부 구조는 일본식이에요.”

 

해돋이민박을 운영하는 김일우 씨는 지심도에 반해 지난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내려왔다고 합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욕심 없이 살기에는 이곳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해요. 그는 이른 아침 오솔길을 따라 활주로에 올라가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마당에 떨어진 동백꽃을 빗자루로 쓸어 담아 하트나 세모 모양을

만들고, 뒷밭에 심은 유자를 따서 담근 부드러운 유자차를 민박 손님이나 관광객에게 선물로 주기도 한답니다.

거제에서 가까워 당일 코스로만 생각했는데, 그의 말을 듣고 보니 하루쯤 묵어가도 좋겠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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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도 물도 넉넉한 마음을 닮은 섬

 

손바닥만 한 섬인데, 물 사정이 괜찮을까 걱정도 은근 되더군요. 섬에서 숙박하면서 물 때문에 고생한 적이 꽤

있기 때문에요. 그런데 지심도는 물도 넉넉한 섬이라고. 일본군이 파놓은 샘에서 물이 잘 나오는 데다 K-water에서

해수 담수화 시설을 운영해 식수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김일우 씨에 따르면 물맛도 좋아서 냉수로 마신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황토민박 옆으로 K-water 거제권관리단에서 운영하는 해수 담수화 시설이 있습니다.

 

지심도에 도착하면 식당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실텐데요. 민박집 겸 가게에서 파전, 라면, 해삼, 멍게 등을 팔곤

합니다. 민박을 하는 사람은 민박집에서 밥을 사 먹어야하는 구조에요. 지심도를 구경하고 거제로 돌아갈 배를

기다리면서 해삼과 멍게를 먹었는데 싱싱한 바다 맛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거제에서 온 것들이라는데,

지심도에서 먹으니 더 맛있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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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남쪽까지 왔는데, 봄맛을 빼놓을 수 있을까요? 거제에서 봄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멍게비빔밥을 먹으면

됩니다~! 거제의 멍게비빕밥은 멍게젓갈비빔밥인데, 멍게를 다져서 양념에 버무려 저온에서 숙성한 다음 살짝 얼려

납작하게 썰어 그릇에 담고 참기름, 김 가루, 깨소금을 담아낸 것입니다. 멍게 특유의 향과 맛이 매력적이니 꼭 한번

먹어보시길. 멍게비빔밥은 거제포로수용소 옆에 있는 ‘백만석’이 유명합니다.

 

‘지(只)’를 한자사전에서 찾아보니 뜻이 ‘다만, 오직~하여야만’ 등으로 나옵니다. 그렇다면 지심(只心)은

‘다만 마음만으로’, 혹은 ‘오직 마음으로만’으로 해석해야 할까요? 뜻이야 어찌 됐건 지심도는 땅의 마음으로

붉은 꽃을 피우고, 그 꽃이 사람의 마음을 봄으로 가득 채우는 곳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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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출처: K-water 웹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