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多 time
물, 예술이 되다
흔히 우리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하지만 몇몇 예술가들은 자연을 오롯이 두고 보기보다
자신의 감성과 재능으로 새롭게 해석해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매력을 끄집어낸다.
바로 이들처럼.
글 최미혜 / 사진 갤러리제이원, 한경혜 작가, 근현대디자인박물관
<Melting Glass>
1. ‘예술이 된 물방울’ 마커스 로겔(Markus Reugels)
물방울이 튀는 모습을 예술로 승화시킨 독일 작가 마커스 로겔의 작품은 마치 상상 속 세계를 구현한 듯한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일정한 틀이나 컵, 찻숟가락 등의 사물 위에 물을 떨어뜨린 다음 물방울이 튀기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 광경은 초당 16,000분의 1의 속도로 촬영할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로만 포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물 외에도 식용색소와 다양한 조명을 이용해 찰나의 순간을 연출했다. 식품의 물성 및 촉감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하는 식품첨가물인 구아검을 물에 첨가해 물방울 모양을 만들어냈고, 설탕이나 린스 등을 넣어 물이 튀는 모양을 조절하기도 했다.
<2013 보금자리 (어머니 품안처럼)>
2. ‘눈앞에 아른거리는 수면의 자취’ 한경혜
뇌성마비를 이겨내고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한경혜 작가는 전통 한지에 수묵 담채로 계곡물 속의 조약돌을 묘사한다. 그녀는 최근 설악산의 천불동계곡에서 만난 풍경을 주제로 생명의 원천이자 상징으로서 물과 돌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 20여 점을 선보였다. 그녀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실제 수면에 잠긴 돌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수면에서 이루어지는 물살의 흐름, 빛에 의해 반짝이며 흰 파문을 남기는 자취 등을 실감 나게 살렸다. 미술 평론가 박영택은 “수면을 경계로 필 선의 맛도 다르게 펼쳐진다. 그러한 선의 맛을 음미하는 재미가 있다.”고 평했다.
<The Art of Writing(crane)>
3. ‘기발한 아이디어와 물의 만남’ 변춘섭
현재 근현대디자인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변춘섭 작가의 작품은 검은 잉크를 맑은 물에 떨어뜨려 번지는 효과를 통해 만년필의 속성을 표현한 몽블랑 만년필 홍보 포스터다.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에서 제작한 <VIDAK 2003 연감>에 실린 것으로 잉크의 낙하 속도와 물의 안정성에 따라 물속에서 퍼지는 잉크의 형태가 변화하는데,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잉크가 변화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촬영한 슬라이드를 선택해 스캔하고 원색 분해 과정을 거친 뒤 그 이미지를 이용해 자연스러움을 살려 드로잉한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기법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 그래픽디자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물빛>
4. ‘머리와 가슴을 통해 태어난 물’ 공성환
강과 바다의 물결을 화폭에 가득 담아내는 공성환 작가는 아름다운 풍광을 지붕 삼아 물 연작을 그려왔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물 대신 그의 머리와 가슴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물을 표현한다. 현대미술의 핵심적 요소인 평면성과 무중심성 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재가 바로 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통 물을 소재로 한 풍경화는 물과 자연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을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화면 가득 물만 그린다. 물의 움직임, 물에 비치는 빛의 색깔 등에 초점을 맞춰 작업하는 것. 금색, 초록색, 하늘색, 갈색 등 물에 다양한 색깔을 가미함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준다.
출처 : K-water 뉴스레터 4월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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