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몰랐다.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나오던 물이 허락되지 않는 ‘언빌리버블한’ 날도 있다는 걸. 아이돌은 울었다. 험난한 밀림 속 땀이 홍수처럼 쏟아져도 정작 마실, 물 한 잔이 귀해서. 닉쿤은 변했다. 한 방울의 소중함이 그를 키웠다.
글 김일아 / 사진 제공 MBC 홍보국, 코이카(KOICA)
한 달 전, TV 속 귀공자 아이돌 닉쿤이 울고 있었다. 모기에 뜯긴 울긋불긋한 자국이며, 뜨거운 태양 아래 발개진 얼굴이 HD급 화면 아래 분장처럼 강렬했다. 아이처럼 훌쩍이던 닉쿤의 입에서 좀 더 의아한 멘트가 나왔다.
“고마워요, 탄자니아 사닝가. 잊지 않을 거예요.”
그들은 왜 아프리카로 갔을까
닉쿤 등 연예인, 일반인 20여 명으로 구성된 MBC 해외봉사단은 얼마 전 전기, 수도 시설이 없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극한의 봉사 활동을 체험하고 왔다. 킬리만자로와 세렝게티의 나라 탄자니아. 인구 90%가 하루 평균 2달러 미만의 생활을 하는 빈민국 중 하나인 이곳의 식수, 전기 공급 등의 낙후된 생활 문제는 심각하다. 봉사단원들의 최종 목적지는 탄자니아에서도 사닝가 섬. 탄자니아 남동쪽 삼각주 지역에 위치한 사닝가 섬은 총 400여 명의 주민이 물과 전기 등 문명의 혜택 없이 생활하는 오지 중의 오지다. 탄자니아 현지인도 잘 모르는 이곳의 유일한 이동 수단은 오직 소형 목선뿐. 섬을 둘러싼 바다처럼 보이는 거대한 강을 건너려면 하루에도 몇 번씩 노를 젓는 수고를 겪어야 하는 곳이다.
닉쿤을 비롯한 MBC 해외봉사단원들은 전기도 물도 공급되지 않는 사닝가에 식수 공급을 위한 송수선 겸 응급 환자 수송을 위한 선박 제작, 학교 리모델링 사업 및 현지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15일간 눈물 나는 봉사 활동을 함께했다. 현지 물류 사정으로 생필품이 미처 도착하기 전 사닝가 섬에 발을 디딘 이들은 2주 동안 모래 바닥에서 야외 텐트 생활을 하며 1.5리터의 식수와 1.5리터의 생활용수 등 일일 사용량이 제한된 물로 샤워와 빨래, 식사를 모두 해결하며 물과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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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아프리카 곳곳에는 지금도 사막화가 극심하게 진행되고 있다. |
무엇이든 부족한 탄자니아 사닝가 섬. 현지 주민들은 발자국이 푹푹 파이는 뻘밭 강물을 헤치고 매일 약 10kg의 모래를 운반한다. |
2주간의 봉사 기간에 모든 대원은 주민들과 같은 조건에서 생활했다. 꿀맛 같이 주어진 라면 식사 시간. |
파도 파도 짠물만 나오는, 목마른 섬
섬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강의 이름은 루피지 강이다. 강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담수가 없고 염분이 포함된 해수뿐인 지역이라 물이 지천이어도 사용할 수 없는 고통에 신음한 지 오래다. 섬의 젖줄이 소금 강이 된 이유는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등으로 해수면이 상승하여 바닷물이강으로 범람해 염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사닝가 섬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아프리카 곳곳이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으며 물 부족 현상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사막화 현상이 가장 심각한 곳은 사하라사막이다. 소말리아, 케냐, 탄자니아와 같은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나라들의 연평균 강수량은 지난 30년 동안 25% 감소했다. 아프리카 인구 8억 1천2백만 명 중 절반은 살기 위해 세균 등에 오염된 물과 흙탕물을 마셔야 하는 상황이고, 세계 인구의 40%를 구성하는 80여 개 국의 11억 명 사람들이 심각한 물 부족 상태에서 고통받고 있다.
물 위에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다
사닝가 섬에서 물과 제대로 사투를 벌인 주인공은 닉쿤이다. 마을 주민들과 단원들이 사용할 물을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선 닉쿤은 8시간을 배에 갇혔다가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돌아왔다. 사닝가 섬의 주민들은 이틀에 한 번, 두세 명이 간신히 타는 작은 통통배를 타고 강 한가운데, 그나마 염도가 낮은 곳에서 물을 구한다. 가는 데만 4시간, 왕복 총 8시간을 직접 노 저어 다니니 물을 뜨러 가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방전되는 일이다. 썰물과 밀물 차가 큰 루피지 강의 한가운데 그들이 몸으로 기억하는 취수 자리에서 20리터 통으로 총 20개 분량의 물을 구하는 데 닉쿤 일행 역시 10시간 가까운 시간을 들였다.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물을 여기 사람들은 무려 8시간이나 배를 타고 뜨러 가야만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물과 전기가 없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힘이 되고 싶어요.” 우리에겐 흔한, 그러나 그들에겐 절박한 물. 고통과 신음의 섬, 단절과 오지의 섬, 물이 없는 목마른 섬 사닝가의 물 위에서 닉쿤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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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웅덩이는 마을 우물이다. 짠 바닷물을 길어 놓은 우물로 물속 가득 모기유충이 번식해 한 달 전부터는 폐쇄시킨 상태다. |
바람막이인 듯 정체를 알 수 없게 세워둔 건 안개포집기다. 안개를 모아 깨끗한 물을 만드는 기술로 먼 취수 지역까지 가지 않아도 식수 보유가 가능해 좀 더 손쉽게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도와준다. |
나무 위 닉쿤과 택연. 전기가 없는 마을에 태양광 등대를 직접 제작하고 있는 용감한 형제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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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선을 만들면서 망치의 제왕으로 다시 태어난 ‘두드려 닉쿤 선생’. 닉쿤은 봉사 기간에 ‘적정기술팀’에서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적정기술’이란 에너지 사용이 적으며 비용과 투자가 많이 필요치 않고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소규모 사람들이 모여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거창하고 대단한 개념이 아닌 ‘소외되고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이 현지 수준과 형편에 맞추어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전문 기술’을 뜻하는 것으로, 과학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전 세계 인구 2/3를 위한 대안적 테크놀로지다. |
14일 동안 대원들이 땀과 눈물로 제작한 송수선이 드디어 루피지 강에 떴다. |
닉쿤네 적정기술팀 아이디어 대방출
빈 물통 정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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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빈 물통을 잘라 천 3겹을 깐다. |
2. 천 위에 스펀지를 깔고 그 위에 자갈을 깐다. |
3 .자갈 위에 모래 → 숯 → 모래 → 큰 자갈 순으로 촘촘히 깔면 완성. |
자갈, 모래, 천 등으로 이물질을 제거하고 숯의 정화 작용으로 중금속을 제거해 물을 맑게 해주는 원리의 자연 정수기. 평소 사용하는 물과 비교해 훨씬 물이 깨끗해진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 K-water 뉴스레터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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