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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수다/건강한 물 이야기

폭포와 해변 위에 여름이 쏟아진다.

포항권관리단 심재정·김중동 대리와 함께 떠난 포항 여행

폭포와 해변 위에 여름이 쏟아진다

포항은 의외로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곳이다. 바다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싶다면 해수욕장으로, 시원한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고 싶다면 폭포로, 추억의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재래시장으로 달려가면 된다. 오감 만족 포항 여행,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에디터 이정은 | 포토그래퍼 문덕관


8월호 여행지가 ‘포항’이라고 했을 때 살짝 우려스러웠다. 겨울이면 해돋이와 과메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지만 여름에 정작 가볼 만한 곳이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포항에는 물빛 고운 해수욕장,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 역사가 깊은 절, 추억이 가득한 음식 등 볼 것, 즐길 것, 먹을 것이 의외로 많았다.



포항 여행은 K-water 포항권관리단의 심재정·김중동 대리와 함께 했다. 폭염으로 유명한 곳이라 날씨 걱정을 했는데, 장마철이라 그런지 하루 종일 구름이 뙤약볕을 막아주었다.
“포항은 남북으로 긴 형태의 도시예요. 남쪽 구룡포에서 북쪽 내연산까지 해안 도로를 따라가면서 구경할 곳이 많죠.”


1. 내연산 12폭포 중 첫 번째 폭포인 쌍생폭포. 두 물길이 양옆으로 떨어지는 단아한 폭포다.

심재정 대리는 외지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먼저 보경사를 추천한다고한다. 신라 진평왕 때 지명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보경사는 연륜에 비해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다. 그러나 절집 분위기가 번잡하거나 호사스럽지 않고, 무엇보다 가는 길에 만나는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들이 천년 고찰의 운치를 더해주어 좋다.

보경사를 보듬고 있는 내연산은 숲이 우거지고 계곡을 따라 멋진 풍광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이다. 역시 태백산 준령이 빚어낸 산답게 골이 깊고 수량이 풍부해 폭포가 12개나 된다. 내연산 12폭포를 보기 위해 보경사를 지나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그런데 절 옆 개울은 바짝 말라 있고, 대신 수로가 설치되어 그곳으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포항은 물이 귀한 곳입니다. 생활용수가 없어 안동 임하댐에서 물을 끌어다 사용하지요. 내연산도 폭포가 12개나 있지만 아래로 내려오면서 모두 땅 속으로 스며듭니다. 그래서 수로를 만들어 물을 모으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포항을 비롯한 남부 동해안 지역은 가뭄 발생이 90%로 가장 높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난 오늘 아침에도 물을 펑펑 틀어놓고 세수했는데…’ 하는 생각에 뜨끔했다.

2. 보경사는 호사스럽지 않지만 천년 고찰의 운치가 느껴지는 아담한 절이다.

 새삼스레 물 절약을 다짐하며 부지런히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첫 폭포인 쌍생폭포가 나왔다. 쌍생폭포는 우람하지는 않지만 두 물길이 양옆으로 나란히 떨어지는 단아한 폭포다. 이 폭포를 지나면 잇따라 제2 폭포, 제3 폭포가 나오지만 시간이 없어 그쯤에서 멈추었다.

폭포 앞에서 땀을 식히는데, 등산객인 듯한 아주머니 한 분이 돌틈 사이에서 뭔가를 열심히 줍고 있다. 새끼손톱만 한 다슬기다.
“물이 맑아서 다슬기가 많이 삽니더. 목 마르면 그냥 마셔도 되지예.”
과연 폭포 아래 고운 소의 물이나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이 맑기 그지없다. 아주머니는 다슬기가 너무 작아 국물이나 내야겠다며 한 사발 정도 됨직한 다슬기를 가방에 챙겨 넣었다. 다시 보경사로 내려오는데, 소나기가 내렸다. 하지만 숲이 울창해 비 맞은 생쥐꼴은 면할 수 있었다.

3.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바위에서 잠시 쉬며 땀을 식히는 심재정·김중동 대리.



TIP 해산물로 펄떡이는 죽도시장 경북 동해안 지역 최대 전통 시장인 죽도시장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김·파래·매생이부터 상어·고래고기까지 동해안뿐 아니라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나는 거의 모든 수산물이 거래되고 있다. 포항수협공판장 옆 골목으로는 문어 집 10여 곳이 모여 문어 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싱싱한 문어뿐만 아니라 금방 삶은 문어가 먹음직스럽게 걸려 있다. 그 자리에서 직접 회를 떠주는 회상가 골목도 늘 사람들로 붐빈다.

마라도횟집의 물회 포항 하면 물회를 빼놓을 수 없다. 마라도횟집은 전국 최강 물회 달인으로 뽑힌 주방장이 있는 곳으로 육수가 특징이다. 매실, 꿀, 다시마 진액, 고춧가루 등으로 만든 얼음 육수가 시원하고 달큰하면서 약간 매콤하다. 양도 푸짐해 물회에 국수, 밥까지 말아 먹고 나면 장정이라도 배가 부를 정도다. 전복, 해삼, 소라 등을 추가로 넣은 최강달인물회는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동해 푸른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다면

산과 계곡을 보았으니 이번에는 바다를 볼 차례. 화진해수욕장에 들렀다. 포항 지역에는 칠포·월포·화진·북부·구룡포·도구 등 해수욕장이 많다. 그중 화진해수욕장은 가장 북쪽에 위치한 해수욕장으로 모래와 자갈이 섞인 백사장이 특징이다. 심재정 대리는 여름이면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 와서 물놀이를 즐긴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칠포해수욕장이 가장 크고 백사장도 좋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도 많고 아주 복잡하지요. 그래서 전 주로 화진해수욕장으로 옵니다. 한적하고 차분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거든요. 도로에서 가까워찾아오기도 편하고.”

바다에서 수영을 하기엔 이른 데다 날씨마저 궂어 파도가 높았지만, 성급한 젊은이 몇이서 바다에 뛰어들어 첨벙거린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약간 춥기도 하고 배도 고파 서둘러 밥집으로 향했다.

포항은 ‘물회’로 유명하다. 그러잖아도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김중동 대리가 데리고 간 곳이 바로 물회로 유명한 집이었다. 포항 시내 북부해수욕장에 위치한 마라도횟집이었는데, 주방장이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 ‘물회 편’에서 최강 달인으로 뽑혔다고 한다.

“회식하러 자주 오는 곳인데,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이후 손님이 부쩍 많아졌어요. ‘마라도물회’와 ‘최강달인물회’가 있는데, 맛은 똑같습니다. 최강달인물회에는 전복, 소라 등이 더 들어가 양이 많죠. 더 비싸고요.”

심재정 대리는 마라도물회도 양이 많아 일반 사람이 먹기에도 충분하다고 귀띔한다. 물회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포항 물회는 회와 육수, 밥이 따로 나온다. 회에 육수를 붓고 양념장으로 간을 맞춘다. 국수와 회를 건져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 먹어도 되고, 처음부터 밥을 말아 먹어도 된다. 이때 밥을 약간 되직하게 마는 것이 포인트. 시원하고얼큰한 맛이 일품이었다.

1. 화진해수욕장은 포항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해수욕장으로, 번잡하지 않고 호젓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다.
2.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호미곶. 호미곶의 랜드마크가 된 상생의 손은 해맞이 축전을 기리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100년 세월이 양철 지붕 위에 녹슬어 있는 일본인 가옥 거리

맛나게 점심을 먹은 후 구룡포로 향했다. 오징어며 생선 말리는 장관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여름에는 생선을 말리지 않는단다. 대신 100년 된 골목을 돌아다니며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구룡포는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한 바다’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으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구룡포해수욕장 인근에는 마치 용이 불을 내뿜고 있는 듯한 주상절리와 판상절리가 자리 잡고 있다. 용암이 급격하게 냉각 수축되면서 오각형과 육각형 모양의 현무암 조각이 층을 이룬 것이다.

어장 또한 풍부해 과메기, 대게, 고래, 오징어 등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일제강점기에는 어업 전진기지가 되기도 했다. 1930~45년 무렵 이곳 구룡포항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번성했다. 특히 성어기에는 정박한 배가 바다를 메울 정도였단다. 구룡포에 주소지를 둔 일본인만도 1000명에 가까웠다고 한다.

일본인이 구룡포우체국을 돌아 들어가는 작은 골목에 밀집해 살면서 일본인 가옥 거리가 형성되었다. 작은 골목에 없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목욕탕, 이발소, 약국, 세탁소, 사진관, 잡화점, 선술집, 주택 등 당시 지은 일본식 목조건물들이 지금까지 작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서 있다. 일부는 외벽을 타일로 덧씌웠으며, 일부는 빈집으로 버려졌지만, 옛 건물의 용도를 알리는 흑백사진과 거리 사진이 붙어 있어 그 시절의 영화를 엿볼 수 있다.

일본식 주택의 내부가 궁금하다면 포항시청에서 일본인 가옥 거리 홍보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하시모토 젠기치(橋本善吉)의 자택을 찾아가면 된다. 하시모토 젠기치는 구룡포 어업조합장을 지낸 사람으로 2층 가옥에 넓은 정원도 있다. 일본 전통 가옥 구조를 그대로 살려놓았고, 2층 전시관에는 1900년대 생활용품을 전시해놓아 구룡포에 정착했던 일본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일정시대에는 일본 놈들한테 뺏껴부꼬, 지금 고래는 울산한테 뺏껴부꼬, 대게는 영덕한테 뺏껴부꼬, 오징어는 울릉도한테 빼앗깃다 아이가. 다 옛 얘기제.”

100년이라는 세월이 양철 지붕 위에 고스란히 녹슬어 있는 일본인 가
옥 거리. 어부인 듯한 늙은 사내의 넋두리가 그러잖아도 적적한 거리를 더욱 쓸쓸하게 했다.

3. 일본인 가옥 거리 홍보관으로 사용하는 하시모토 젠기치의 자택. 일본전통 가옥 구조를 그대로 살려 지었다.
4. 구룡포우체국 뒤로 형성된 일본인 가옥거리. 100년이라는 세월이 양철 지붕위에 고스란히 녹슬어 있다.


TIP 제일국수공장의 국수와 철규분식의 찐빵 제일 국수공장은 구룡포시장통에서 37년간 재래 방법으로 국수를 만드는 곳이다. 오전에 가면 발에 국수를 널어 말리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다. 쫄깃하고 매끄러운 것이 이 집 국수의 특징. 전국 각지에서 주문하는 바람에 일찍 가지 않으면 사기 힘들다. 철규분식은 구룡포 명물 맛집 중 하나. 너무 달지 않은 말랑말랑한 찐빵이 50년 전 맛 그대로다. 요즘 사람들 입맛에는 약간 덤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햇볕이 말려준 국수와 단팥죽에 찍어 먹는 찐빵

시간 여행은 먹을거리에서도 이어진다. 구룡포시장 어귀에서 3분 정도 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 현판에 궁서체로 ‘제일국수공장’이라고 쓰인 국수 공장이 나온다. 주인인 이화순 할머니(71세)가 37년간 재래 방법으로 국수를 만들고 있는 곳이다. 할머니가 직접 반죽하고 면을 뽑으면 할머니의 아들이 재빠르게 면 가닥을 공장 뒤 건조대에 갖다 넌다. 그러면 구룡포의 바닷바람과 햇볕이 국수를 말려준다. 이곳의 국수는 잘 퍼지지 않고 면발이 매끄러워 실크 국수라고도 한다. 잔치국수를 끓여놓으면 후룩후룩 잘 넘어간다.

제일국수공장의 국수 맛을 그 자리에서 보고 싶다면 시장통에 있는 할매국시나 구룡포초등학교 앞에 있는 철규분식에 가 냄비국수를 사 먹으면 된다.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과 부드러운 국수가 잘 어우러진다.

반들반들 윤이 날 정도로 오래된 탁자와 의자가 50년 세월을 말해주는 철규분식은 국수보다는 찐빵과 단팥죽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구룡포 설탕이나 단팥죽에 푹 찍어 먹는 둥글납작한 찐빵과 달달한 단팥죽은 요즘 구경하기 힘든 추억의 맛을 선사한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즐거웠던 포항 여행. 포항은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해주는 포만감 가득한 여행지였다. 이젠 누가 동해안 여행지를 묻는다면, 속초나 정동진 대신 선뜻 포항을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심재정·김중동 대리는요…
포항에서 나고 자란 김중동 대리와 대구 사람이지만 포항권관리단에 근무하면서 포항을 사랑하게 된 심재정 대리의 안내로 포항 구석구석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포항 안내를 하느라 수고해주신 두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본 컨텐츠는 한국수자원공사 사보(물, 자연 그리고 사람)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