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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수다/건강한 물 이야기

강에서 나 바다에서 사랑하고 강에서 죽는 삶

 

 

 

강에서 나 바다에서 사랑하고 강에서 죽는 삶

 

 

열심히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눈에 정반대로 떠내려가는 나뭇잎은 신기한 풍경인가 봅니다. 어쩌면 연어에게 있어 자신들을 신기해하는 인간들의 눈빛이야말로 이상한 것일지 모르죠. 나뭇잎들은 왜 강 아래로 내려가지요. 은빛연어가 신기해 하면서 묻자, "그건 거슬러 오를 줄을 모르기 때문이야."하고 초록강이 말했다. "거슬러 오른다는 간 또 뭐죠?"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지. 꿈이랄까. 희망 같은 거 말이야.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란다."

 

 

안도현의 소설 <연어>의 한 대목입니다. 이 작품에서 연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실상 우리 인간이 추구하는 인간다운 모습 그 자체입니다.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그래서 아름답고 그래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연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인간과 더불어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고 있죠.

 

 

 

 

연어는 강에서 알을 낳고 죽습니다. 그 알은 치어가 되고 잠시 강에서 살다가 청년이 되면 바다로 향합니다. 몇 년간 바다에서 거의 대부분의 삶을 지내면서 짝을 만나고, 그리고 이내 둘은 때가 되었을 때 태어났던 강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부모가 그러했듯 온갖 역경을 이기고 고향으로 돌아가면 알을 낳고, 그리고 기력이 다해 죽고 말죠. 죽기 위해 사는 것이 그들의 삶이고, 해피엔딩입니다.

 

연어는 3천 개의 알을 산란합니다. 하지만 이 중 단 한 마리라도 제 명을 다할지 알 수 없습니다. 바다로 떠날 때 강 유역의 천적들에게 잡아먹히고, 돌아올 때 곰이나 인간에게 붙잡히고, 때로는 인간의 오염물질로 인해 건강을 잃기도 합니다. 사력을 다해 돌아가 자신의 육신은 버리고 자식을 통해 다시 삶을 이어가는 이들을 보고 있자면 숙연해지기까지 합니다.

 

 

저 소설에서 그들은 꿈, 희망, 아름다움을 노래합니다. 그것이 자신들을 미스테리한 존재로 인식하는 인간들에게 주는 답변입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인간의 삶도 거진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언젠가 누구나 죽는다는 걸 생각해 보면, 많은 인간이 부모의 도움으로 자라나 부모가 되고 자식을 남기고 삶을 정리하죠. 그 와중에 사랑도, 꿈도, 희망도, 여행도, 목적도 모두 수반되고 말이죠.

 

 

 

 

그 모든 것들이 완성될 때 비로소 죽음이 찾아오지만, 자신과 꼭 닮은 누군가를 남기기에 그들로 인해 거듭 삶을 반복할 수 있는 걸까요. 그래서 죽음이 찾아와도 두려워하지 않고 초연할 수 있나 봅니다. 적어도 부끄럼 없이 살았다면 두려움은 없을 겁니다. 연어들이 우리에게 증명해 보이고 있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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