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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수다/건강한 물 이야기

밀크셰이크, 물과 얼음의 한가운데 세상

 

 

 

밀크셰이크, 물과 얼음의 한가운데 세상

 

 

미국의 가상 지역 ‘스프링필드 주’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심슨네 가족들’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아 다른 곳에 여행 다녀왔더니, 거기에 우리 동네 버거집이랑 비슷한 맛을 내는 맥도날드란 집이 있는데 여기 못지않게 장사가 잘 되는 거에요. 쿼터 파운드 치즈란 버거를 팔고, 이상한 음료도 팔아요. 셰이크라던데. 말도 안 돼." 요즘 패스트푸드점 중 '저희 매장에선 셰이크를 판매 목록에서 제외했습니다.'란 매장이 있더라고요. 너무나 당연한 듯 '왜요?'하고 물었죠. 그만큼 햄버거 옆엔 당연히 있어야 할 영혼의 파트너 아니겠어요.

 

 

 

 

액체 상태의 물을 얼리면 얼음이 되고, 반대로 가열하면 기체가 된다고 하죠. 그런데 하나가 빠졌네요. 물과 얼음의 중간지대엔 바로 셰이크가 있습니다. 세상엔 저승과 이승, 천국이 있다지만 이승과 천국 사이를 느껴보고 싶다면 역시, 이 음료가 제격이죠. 천국의 맛은 이런 걸까요. 여름엔 ‘살았다!’를 외치게 하고 겨울엔 ‘좋아 죽겠어’를 연발하게 하는 밀크셰이크요. 이게 대체 음료인지, 아이스크림인지 헷갈리죠. 우유와 아이스크림, 얼린 우유로 만들어낸 이 음식은 물도 마시고 싶고 얼음도 아삭아삭 맛보고 싶을 때 그 욕망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좋은 대안이기도 합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어린이도, 시원하게 목넘김을 즐기는 어른도 모두 만족시키는 밀크셰이크는 '중도'란 심오함을 담고 있는 마실 거리입니다. 음료와 아이스크림의 한 중간 지대에 있는 이상한 음식이면서 물과 얼음의 중계점을 차지한 이것, 어릴 때 좋아했던 것이거늘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즐기게 하니 이 마시는 천국은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모두의 놀이터인가 봅니다.

 


먹을 땐 그 달콤함에 참을 수 없지만, 당분에 덤으로 지방도 많아 칼로리 조절에 힘쓰는 다이어트 족에겐 좌절감을 느끼게도 하죠. 그러면서도 또 빨대를 꽂게 합니다. 때로는 고통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빠르게 빨대를 빨면 냉기 때문에 머리가 아파지거든요. 그런데 이를 즐기듯 반복하는 사람도 있으니 이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북극의 빙산을 보면서 셰이크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순수한 흰색이 차가울 것 같기도 하고 솜털처럼 부드러울 것 같기도 하고, 저 빙산에다 빨대 하나 꽂고 초콜릿 딸기 시럽 부으면 딱이네요. 정말이지 이쯤 되면 중도의 미학과 더불어 모순의 매력까지 갖고서 만인을 포용하는 존재입니다.

 

 

 

 

이 천국의 음료인지 악마의 유혹인지 모를 것은 의외로 집에서도 쉽게 제조가 가능합니다. 아이스크림과 우유를 믹서기에 넣고, 얼음도 넣습니다. 말 그대로 얼음과 물의 향연이죠. 여기다 취향에 따라 초콜릿, 딸기시럽 등을 첨가하기도 하고요. 요즘은 여기다 녹차, 미숫가루, 시리얼 등을 섞어 다양화된 메뉴가 나오는 추세입니다.

 

 

심슨네 가족들에서 소개된 것처럼 실제로 패스트푸드 업계의 왕좌를 차지한 맥도날드를 그 자리로 안내한 음식이기도 합니다. 천재 사업가로 불리는 레이 크룩이 믹서기 외판원이던 시절 믹서기를 많이 사가는 작은 식당을 찾아갔더니 거기가 바로 맥도날드 형제의 햄버거 가게였다는군요. 식당에 매료된 크룩이 형제와 동업을 하면서 맥도날드의 오늘날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햄버거 못지않게 상징적인 메뉴임엔 틀림이 없죠. 이후 롯데리아 등 다른 브랜드에서도 보급되었고 설령 판매하지 않더라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메뉴들이 포진했으니까요.

 

 

삶이 텁텁해 달콤한 맛을 느끼고 싶을 때, 엄마의 모유처럼 부드러운 위안을 얻고 싶을 때, 시원한 물 한 잔과 아삭아삭 얼음을 동시에 원할 때, 천사의 날개에 포옥 안기고 싶을 때 그에 가장 근접한 대안을 말해보라면 셰이크에 빨대 꽂는 것입니다. 물이 만들어내는 마법의 음료 중에서 눈으로 봐도 맛으로 봐도 가장 심오한 결정체, 셰이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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